비트코인 과세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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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과세 안하나? 못하나?

가상자산 과세…또 2년 뒤로 미뤄져
당초 2022년 → 2027년 시행으로
투자자 600만명…과세는 '공회전'
손실 있어도 세금? 형평성 논란
해외거래소 과세는 사실상 '구멍'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세계 3위 수준에 달하고, 투자자 수는 6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결정된 이후, 가상자산 과세 시계가 계속 멈춰져 있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던 과세는 2023년, 2025년 두 차례 유예된 데 이어, 2027년 1월 1일까지 다시 유예되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과세 시행을 망설이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과세를 피하려는 정치적 선택, 즉 '안 하는' 것일까? 아니면 과세기반 미비로 인한 실무적 한계, 즉 '못 하는' 것일까?
'안 하는' 이유, 조세 형평성 문제
가상자산 과세 유예의 배경에는 다른 금융 투자 상품과의 '조세 형평성'이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로 분리 과세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는 다른 투자자산 과세 방식과 비교할 때 투자자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예를 들어, 폐지가 결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경우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5,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하고,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다음 해의 이익과 상계할 수 있는 '결손금 이월공제'를 5년간 허용했다.
반면, 가상자산 소득은 250만 원의 낮은 공제 한도만 적용될 뿐, 손익통산이나 결손금 이월공제가 불가능하다. 가령 전년도에 천만 원의 손실을 얻고 올해 동일한 천만원의 이익을 얻은 경우, 실질 소득은 0원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과세안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천만 원의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은 가상자산 소득을 자본이득으로 보아 다른 자산과의 손익통산 및 결손금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과세안의 경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조세 형평성 논란은 과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정부가 과세 강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정치적 부담, 즉 과세를 '안 하는' 측면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금투세가 폐지된 현재 투자자 수나 거래규모가 월등한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이익에 관하여는 대부분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가상자산까지 과세하기엔 '애매한' 지점이 있을 수 있다.
'못 하는' 이유, 과세 기반 미비
한편, 정부가 과세 유예 배경으로 설명하는 내용 중에는 과세 인프라의 부족 문제도 있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간(P2P)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을 파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한 거래내역은 추적이 가능하지만, 투자자가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전자지갑을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할 경우, 과세당국이 소득 발생 여부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의 과세 형평성 문제를 낳을 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조세 회피를 조장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ECD 주도로 추진되는 '가상자산 보고체계(CARF)'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으로 과세 시점을 연기했다. CARF는 회원국 간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므로, 시행된다면 해외 소득 파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정보 교환은 각국의 법·제도 정비와 개별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2027년 내 원활한 시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이처럼 기술적, 제도적 인프라의 부재는 과세를 '못 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못하는' 것을 넘어 '잘하는' 것으로
가상자산 과세의 연기는 '안 하는' 정치적 고려와 '못 하는' 현실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반복되는 유예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성실한 납세자와 조세 회피자 간의 불공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
과세당국은 확보된 2년의 시간을 단순히 CARF의 시행만 기다리며 허비해서는 안 된다. 가상자산 소득의 성격을 재검토하고, 손익통산 및 결손금 이월공제를 도입하는 등 합리적이고 공정한 과세 체계를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새로운 형태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수긍할 수 있는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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